친구한테서 추천을 받고 읽어본 책이라서 공유를 위해 감상평을 남김.
이야기의 구도는 꽤 선명하다. 주인공 안진진의 장래에 관한 것인데 선택지도 클래식하다. 동경하는 삶을 좇을 것이냐 현실에 발붙이고 살 것이냐. 작품에서는 이 선택지를 결혼상대를 정하는 상황이라고 구체화시켜서 보여준다. 야생화를 찍는 사진기자이고 현실감각이 좀 떨어져보이는 남자 김장우와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계획적이지만 뻔뻔한 남자 나영규 과연 안진진의 선택은?!
... 이렇게 냅다 던져버려도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선례를 보여준다. 선례는 주인공 안진진의 모친과 그녀의 쌍둥이인 이모다. 안진진의 모친은 변변한 직장도 없고 폭력적이지만 가슴속에 낭만을 품고 살아가는 남자와 결혼하여 안진진과 안진모(남동생)를 낳았다. 그 덕분에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홀로 가계를 이끄는 인생을 살고 있다. 반대로 안진진의 이모는 건축사로 일하면서 매뉴얼하고 성실한 인생을 산 남자와 결혼하여 주리와 주혁 남매를 낳고 큰 풍파 없이(아마도?) 살아왔다.
재미있게도 안진진은 부친을 동경과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모친은 부끄럽고 경멸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학부모 참관에서 엄마 대신 이모를 부른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는 말하지만 아마 돌아가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 듯.). 그렇지만 안진진의 부친은 진진을 돌보기는 커녕 집에도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안진진이 가장 좋아하는 어른(롤모델)은 이모가 된다. 진진은 이모에게 애정을 느끼면서 그녀의 취향과 태도를 꽤 동경하고 있다. 즉 굳이 표현하자면 진진의 마음은 현실과 이상 중 이상 쪽에 더 기울어져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마지막에, 이모의 자살을 겪었으면서도! 나영규를 선택했을까? 그건 이모와 엄마의 불행을 가까이서 저울질해본 결과 이모가 하는 소리가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되어서일수도 있겠지만(ㅋㅋㅋ) 진정 동경하는 이상형의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현실을 감당해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모가 죽은 건 경고라기보다는 하나의 결말을 제공해줌으로써 안진진이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든 셈이다.
그럼 다른 결말은 뭘까? (= 안진진은 나영규랑 결혼해서 어떻게 살까?) 이것은 아직 내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라 잘 모르겠다. 에너지가 있다면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배우자 나영규를 착취하면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이모는 가정 내에 갇혀서 질식사했지만 모친과 다른 길 (딸 인생은 엄마 인생 따라간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을 택한 진진이는 왠지 잘 살 것 같다.
그와 별개로 책임감과 행동거지를 중요하게 보는 나는 김장우씨가 안진진 착하다고 할 때마다 개패고싶었고 안진진이 부친을 그리워할때마다 혀를 내둘렀다. 근데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됨. 그냥 무한 혀 내두르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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